노인빈곤률 OECD국 중 최고, 연금 만으론 기본 생활비도 충당 어려워
세계 최고속 노령화국가서 '노인 일하면 패널티' 아이러니한 국민연금
정년퇴직후 소득공백 '작은 업무'로 해결한 일본의 사례도 참고해 볼만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우리나라보다 10여년 앞서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발자취를 거슬러 보면 반면교사 삼을 게 참 많습니다. 일본의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1947~1949년생)는 큰 바위덩어리들이 한꺼번에 굴러 내려온다는 의미의 ‘단카이(團塊) 세대’라고 불리는데요. 일본은 이들이 은퇴시기에 접어드는 2008년부터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노출 되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골칫거리는 정년 후 퇴직자들이 연금을 받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소득이 단절되는 문제였습니다. 당시 다수의 생계형 은퇴자들은 연금수급 개시 연령인 65세까지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습니다. 이후 연금을 받는 연령이 되어서도 문제는 계속됐는데 공적연금만으로는 충분한 노후 보장이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령화 현실’은 과거 일본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이 대부분 정년을 넘기고 은퇴 연령에 다다랐는데요.현재 퇴직한 이들은 두둑한 개인연금과 자산이 없는 한 약 10여 년은 더 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은퇴 후 일자리는 대기업을 퇴직했더라도 경비원 등 단순노동이거나 정부가 시혜적으로 내놓은 일자리뿐 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 일본의 ‘정년 후 진실’에 ‘노인의 경제자립’ 힌트
초고령사회 일본의 현실을 요약한 <정년 후 진실>이라는 책은 지난 2022년 발간 후 10만부 이상 판매돼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저자 사카모토 다카시(坂本貴志)는 방대한 통계 데이터와 고령자 사례를 통해 일본의 고령자 문제를 숨김없이 내보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책 내용에 소개된 일본의 정년 후 진실 15가지 중 중요한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퇴직금은 감소하고, 조기은퇴는 증가 △70세 남성 취업률은 45.7%에 달해 일하는 게 당연한 시대로 △기업은 고령화하고 있지만, 60대 관리직은 극소수에 그쳐 △다수파를 차지하는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전직하기 어려운 50대 취업시장, 전직한다 해도 임금 줄어 △사무직에서 현장직으로 △60대부터 업무 능력 저하 인지 △부담은 줄어 스트레스에서 해방 △고령자의 작은 업무들이 일본 경제의 버팀목 등입니다.
이 가운데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대목은 ‘작은 업무’입니다. 노인들은 작은 업무를 통해 경제적 도움과 만족스러운 삶을 성취했는데, 이 게 국가 입장에 보면 경제의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정년 후 무리하지 않고, ‘작은 일’을 하며 지속적인 소득을 얻으며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일본인, 그들이 ‘초고령사회 일본’의 ‘치트키’(해법)였던 셈입니다.
실제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4명 중 1명이 취업상태입니다. 단카이 세대들도 올해 전원 75세 이상으로 일본은 ‘후기 노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는데요. 이제 노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로 접어들었습니다.
◇ 노인빈곤률, OECD 국가 중 꼴찌 대한민국의 현주소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장수(長壽)는 축복이었습니다. TV에선 ‘장수 만세’(1973~1983년)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됐고, 일본의 장수마을을 찾아 그들의 오래 사는 비결을 듣는 프로를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죠.
그러나 2024년 현재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장수는 저주’라는 말이 회자됩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피부양자 비율’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사회관계망(SNS) 글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결론은 “앞으로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현재의 한국 젊은이들은 평생 피부양자로 보내게 되는 저주받은 세대이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통계청의 2022년 인구 총조사(등록센서스 방식)에 따르면 2032년까지 10년 동안 생산연령인구는 332만명 감소하는 반면, 고령인구는 485만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내년 65세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떻고,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요.
앞서 일본의 사례에서 소개했듯이 정년 이후에도 일정 소득이 있어야 하며, 노령인구들이 자립할 수 있어야 사회도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들(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률(중위소득 50% 이하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 2021년 기준)은 39.3%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꼴찌(2022년 기준)입니다. 66세 이상 노인들의 지니계수(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 ‘0’이면 완전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도 0.383으로 생산연령인구의 0.303에 비해 취약하며, 소득 상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을 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인 ‘소득 5분위 비율’ 또한 7.11로 생산연령인구 4.98에 비해 크게 낮아 소득 양극화가 더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런 모든 수치는 국가와 사회가 특단의 대책을 통해 하루빨리 노령인구의 소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연금개혁과 정년연장, 재고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데요. 초고령사회 목전에서 노인들의 소득 보장은 물론 보편적 복지정책 도입,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놓고 정부와 재계, 노동계 등이 서로의 주장을 펼치며, 설왕설래하고 있습니다.
◇ ‘기초+노령 연금’은 용돈 수준…못 믿을 국민연금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연금수급률은 90.4%로 높은 편이지만 평균 연금액은 65만원은 기본적인 생계 해결도 어려운 용돈 수준의 금액입니다. 이 또한 지난 2007년 당시 노인 빈곤률 문제 해결을 위해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월 일정액(당시 월 9만7100원)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도입했기에 가능한 금액입니다. 기초노령연금은 2014년 기초연금으로 이름을 바꾸고 확대·개편돼 연금액이 2배가량 늘어났으며, 현재는 월 최대 33만여원으로 늘었습니다. 다만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제도 밖의 저소득 고령자들을 위한 보완적인 제도로 시작된 만큼 대다수 노인들의 소득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문제는 국민연금인데 애초에 보험료는 낮으면서 급여 수준은 후한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설계된 게 문제 해결이 발 등의 불입니다. 국민연금은 1988년 시행 당시부터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 70%에 보험료율은 3%에 불과해 지속가능한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두 차례 소득대체율을 내렸지만,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보험료율에 비해 아직도 크게 높습니다.
OECD의 분석에 따르면 회원국 평균은 소득의 18.2%를 연금보험료로 내고 51.8%(2.84배)를 받아가는 데 반해, 우리 국민연금은 9%를 내고 31.2%(3.46배)가량을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상대적으로 낸 돈보다 훨씬 더 받아가는 건데요, 이 비율이 베이비부머 마지막 세대인 1963년생은 7.7배에 이르며, 우리 경제의 허리인 1980년생도 3.8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령화 되어가고 있는 인구구조로 인해 국민연금의 재정 고갈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2056년을 기금 소진 시점으로 전망합니다.
때문에 국민연금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어 있습니다. ▲낸 돈보다 많이 돌려받기로 했던 장년층 세대가 얼마나 희생해야 할지 ▲앞으로 연금 부실 부담을 크게 짊어질 젊은 세대의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 이 두 가지가 개혁의 핵심인데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 사회의 고령화속도와 맞물려 균형 잡힌 지점을 찾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 ‘일하는 노인’에 정책적 배려 필요
일해서 일정 소득 이상이 있는 노인들의 노령연금 지급액을 일부 깎고 있는 ‘국민연금 소득활동연계 감액제’에 대한 정부 입장도 오락가락 하고 있어 초노령사회 문제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이를 폐지하기로 발표해 놓고, 정작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는 이 같은 내용을 삭제한 것입니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을 넘겨 수급 연령(올해 기준 63세)에 도달했을 때 매달 받는 연금입니다. 노령연금 ‘소득 활동 감액제’는 수급자에게 일정 기준(올해 기준 월 298만9000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있는 경우 최대 5년간 지급 연금액을 깎는 제도입니다. 월 삭감액은 초과 소득액에 따라 다른데 최대 50%까지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5년간 소득 활동으로 국민연금이 깎인 감액 대상자는 약 11만명으로 전체 연금 수급자의 2%이고 매년 절약(감액) 금액도 2000억원에 그쳐 큰 문제가 안됐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일하는 시니어들이 점차 늘고, 이들이 형평성을 내세워 감액 불가를 요구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인구 구조나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과 받는 연금액, 수급 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연금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논란입니다.
이 두 가지 모두 “일하는 노인에게 되레 불이익을 준다”는 측면에서 고령화로 퇴직 이후 일하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남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연금개혁안과 관련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액을 낮춰 노년기 경제적 불안정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라며 “초고령사회를 고려한 노년기 경제적 안정에 대책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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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 기자sychoi@newsqu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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